우리나라는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6.5명(2015년)으로 OECD 평균인 12.1명의 2배 수준이다. 노인자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같은 해 노인자살률은 58.6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의 2배이며 OECD(18.4명)의 3배 수준이다. 2015년에만 총 3837명의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적·정서적 고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기적 안부전화 및 방문, 가사·활동지원을 제공하는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전국 241개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자살예방 교육과 상담도 계속 실시중이다. 은둔형 독거 어르신을 발굴하고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 노인 자살률은 2011년 79.9명에서 2015년 58.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인의 자살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무엇보다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자살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살은 아무런 경고 없이 발생한다(47.4%)”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2013, 자살실태조사).국내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자살시도 전에 말이나 행동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낸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살고 싶어 하는 감정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주변사람들이 자살위험을 재빨리 알아채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경우 특히 가족이나 주변 친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 자료들은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며,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디어 마이프렌즈’의 영상을 활용하여 노인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탤런트 김혜자 씨가 역할을 맡은 극 중 인물, 조희자(72)는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하고 무력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탤런트 김혜자 씨와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씨가 노인자살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총 25분 분량의 영상으로 노인 우울증의 징후와 대처방법, 자살 위험 신호, 주변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교육 자료는 중앙자살예방센터를 통해 제공 받을 수 있다(02-2203-0053, spc@spckorea.or.kr).
자살예방은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를 보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살예방 교육 자료를 보고,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살피며 자살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용기를 내어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노인 한명의 사회적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노인들의 삶과 죽음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미래의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거울과 이정표가 된다. 따라서 노인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해 우리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출처]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